현경서 초중고 나온 ‘카센터 딸’, 건강즙 브랜드 청년텃밭 만들어 대표되다!
“운남 작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양배추, 직접 짜서 판매하는 노력으로 청년텃밭 일궈내”
“여태 살아온 무안이 직장이라 좋아”...카카오쇼핑 랭킹 1위 양배추즙 대표의 무안살이

우리는 이제 지방소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역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현실이 되었다. 이런 위기의 무안군을 든든히 지탱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무안지역에 남기로 한, 혹은 무안지역에 돌아온 청년들이다. 이들이 현재 무안에 청년으로서 살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무안 청년들의 고군분투기를 연재한다.

청년텃밭 양배추즙 사진.

무안군 운남면의 작은 텃밭에서 길러낸 양배추로 건강즙을 만들어 3년만에 연매출 약 9000만 원을 달성한 청년이 있다. 청년텃밭의 박지혜 대표이다.

청년텃밭의 양배추즙은 건강즙들 사이에서도 눈길을 확 끈다.

화사하고 예쁜 패키징을 알아보는 고객들의 눈은 다 비슷한지 쇼핑 플랫폼에서 이미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푸른 연두 바탕에 환하게 웃고있는 여성이 통양배추와 물뿌리개를 들고 있다. 박지혜 대표의 자화상일까.

무안이 여유롭고 조용해서 살기 좋다는 무안토박이 박지혜 대표가 무안읍과 운남면을 오다니며 청년텃밭을 일궈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배추즙 카카오쇼핑 랭킹 1위의 청년텃밭의 박지혜 대표.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무안과의 인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경면에서 초, , 고를 나오고 목포대학교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이후로도 쭉 무안에 지내왔습니다. 무안은 제가 살아온 곳이고 편안한 곳입니다. 또 이제는 제 직장이 된 곳이네요.

제가 어릴 땐 아버지가 현경에서 카센터를 하셨어요. 그래서 저를 소개할 때 제 이름이 아니라 카센터 딸로 소개됐었죠.

그러다가 제가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은 여기서 건강즙 만드는 일을 하셨어요. 저는 대학교 다니면서부터 방학 때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다가 학교를 졸업하고서는 본격적으로 부모님과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운남의 작은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그 농작물을 건강즙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청년텃밭이라는 브랜드를 통해서요.

청년텃밭의 박지혜 대표와 운남면에 위치한 텃밭

Q. 공대 정보공학을 전공하시고 대학교도 휴학 없이 일찍 졸업하셨네요. 전공을 살려 취업하실 생각은 없으셨나요? 또 여태 무안에 지내오셨는데 무안에 남기로 결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친구들처럼 취업이나 시험 준비를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일단 제일 먼저 부모님, 특히 아버지께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오셨어요. 또 저도 부모님 일 도와드리면서 전후차이가 눈으로 보이더라고요. 차이가 좀 났었습니다(웃음).

무엇보다 시험준비나 취업준비하는 친구들도 보통 2,3년 걸리며 준비해온 진로를 바꾸기도 하고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래서 취업 고민은 했지만, 매년 초 청년 창업 지원금 나오는 시기에 창업하자고 결국 결심하게 됐어요. 무안에 남아 부모님 도와드리던 것을 이어하되 대신 브랜드를 잡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 이후로 창업지원금이나 지원사업들이 뜨고, 지원 받으면서 교육듣고 멘토분들 만나서 도움받고 하면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파우치 포장 시설 앞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연출된 사진으로 실제 위생모 사용은 위 사진과 다릅니다.)

Q. 대표님의 젊은 감각이 부모님께서 기존에 해오시던 일에 특별함을 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창업지원금을 받고 그 이후 청년텃밭탄생까지 가장 노력해오신 부분이 있나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청년창업지원금은 자부담 포함해서 1500만원이었어요. 그때는 이 돈을 전부 다 패키징(포장재)에 썼습니다. 그때 만든 포장지가 지금 포장지예요.

패키징에 돈을 쓴 이유는 기존 건강즙 포장지 보면 다 똑같은 바탕색에 원물사진 있고 예뻐보이진 않잖아요(웃음)

카카오쇼핑 랭킹 1위에 오른 청년텃밭 양배추즙 
카카오쇼핑 랭킹 1위에 오른 청년텃밭 양배추즙 

우리가 건강즙을 원래 맛으로 먹는 건 아니니까, 보기에도 좋으면 가지고 다닐 때나 먹기 전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패키징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또 선물용으로 인터넷 구매하시는 분들의 눈에도 띄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 하나를 만드는 데 비용이 정말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아예 브랜드부터 같이 새롭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청년텃밭 브랜딩을 하게 됐습니다. 그게 청년텃밭의 탄생이었어요.

청년텃밭 양배추즙 사진.
청년텃밭 양배추즙 사진.

Q. 눈길을 끄는 청년텃밭의 양배추즙은 차별화를 위한 대표님의 고민이 만들어낸 결과였네요. 이제 창업하신지 3년 되셨는데 첫 판매부터 여태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사업현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1년 동안 받은 지원사업이다보니 계속 패키징하고 물건 만드는 데에 투자하고, 20217월에 사업자 등록 후 본격 판매는 그 해 11월 말부터 시작했습니다.

5개월동안은 어떻게 판매할지만 고민했습니다. 마케팅이죠건강즙을 만들었으니까 팔아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알리지?' 고민하고 알아보는 시간이 힘들었습니다.

처음엔 네이버로 시작을 했어요. 근데 네이버는 클릭당 4-5천원으로 비싸고 경쟁이 너무 심하니까 단가가 안 맞다고 판단해 카카오쇼핑하기에만 집중했습니다.

카카오의 경우 광고를 막아두었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쓰던 광고비를 차라리 할인하는 데에 투자하자고 생각했어요.

카카오 쇼핑하기에서 판매중인 청년텃밭 양배추즙 구매 페이지 사진.
카카오 쇼핑하기에서 판매중인 청년텃밭 양배추즙 구매 페이지 사진.

그렇게 첫 판매가 202111월 말부터였고 그때 매출이 150만원 정도 나왔어요.

2022년에 다른 지원 사업을 받으면서 매출이 올라서 그 해에는 600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8-900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엄청 많이 벌진 않았지만 계속 상승세고 지금은 제가 굳이 추가로 지원사업을 받지 않아도 고객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요. 2년 동안 꾸준히 주문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하니까요.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가 직접 재배하는 양배추 텃밭 사진.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가 직접 재배하는 양배추 텃밭 사진.

Q. 마케팅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신 덕분에 지금은 청년텃밭이 단골도 생기고 여유로운 상태에 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양배추였는지, 이미 활성화된 양배추즙 시장에 들어가는 게 두렵진 않으셨는지 궁금해요.

일단 양배추는 가볍기도 하고 원물 구하기도 쉽습니다. 1년에 3번 재배할 수 있어서 원물 가격변동이 적은 편이고, 양파에 비해 덜 무거워서 즙을 짤 때도 덜 힘듭니다.

또 새로운 것보다는 누구나 아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마케팅 비용이 많이 안 들거든요. 새로운 걸 만들면 추가 마케팅비용이 든다는 부분도 고려했습니다.

처음에 당연히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미 양배추즙이 너무 많은데 제 상품을 올린다고 첫 페이지에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상품이 팔릴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근데 지원사업을 받으면 그 다음 1년까지는 유지를 해야 하거든요. ‘어쨌든 시작했으니까 그때까지 해보고 안 되면 다른 일 해보자. 그때부터 3년을 해도 아직 30살이다하는 생각으로 해볼만 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웃음).

목표는 연매출 1억을 잡았었습니다. 저는 돌이켜보면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파우치 포장 시설 앞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
파우치 포장 시설 앞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

Q. 이미 청년텃밭 연매출이 9000만원 가량이니 처음 설정한 목표에 가까워지셨네요. 사실상 성공 궤도에 오르셨는데 그동안 대표님의 노력 뿐 아니라 도움을 주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가공공장 이용부터 건강즙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부모님이 제일 큰 도움 주셨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만났던 대표님들입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만 39세 이하까지 지원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지원사업 받으러 가면 항상 제가 막내거든요.

1년에 3-4번 정도 만나면 각 지역 대표님들이 창업하고 브랜드 운영하면서 도움되는 정보를 정말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친구들과 공감대가 형성 안 되는 부분들이 대표님들과는 되니까 동반자같은 존재로 함께 해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처음에 패키징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던 멘토 분도 계십니다.

창업 지원금 받으려면 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데 그때 식품 관련 강사 분이 계셔서 제가 이 분이랑 멘토-멘티 해보고 싶다 요청해서 알게 된 분입니다.

그 밖에도 지원사업으로 네이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쪽에서 아시는 분이 LG 헬로비전 pd님을 소개해주신 덕분에 나중에는 헬로비전 홈쇼핑을 하게 됐어요.

원래 제가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는데 빈자리에 제가 들어갈 수 있게 돼서 참 운이 좋았습니다. 그때 청년텃밭 상품을 홍보하고 매출에 큰 도움이 되었죠(웃음)

청년텃밭 공식 홈페이지 사진. 박지혜 대표.
청년텃밭 공식 홈페이지 사진. 박지혜 대표.

Q. 대표님이 청년텃밭에 열정적이셨기에 좋은 기회도, 사람도 적극적으로 찾아 더 탄탄한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일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실 때와 힘드실 때는 언제인가요?

고객님 중에 좋은 말씀 엄청 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어쨌든 돈을 받는 입장이고, 그 분이 돈을 내고 구매하시는 건데도 덕분에 내가 몸이 건강해진 것 같다. 좋은 제품 만들어줘서 고맙다이런 말씀들을 전화로 해주세요.

그럴 때 내가 나쁜 일을 하지는 않는구나하고 생각해요(웃음).

반대로 힘들 때는 항의전화가 올 때예요. 사실 직접 양배추 농사를 지어서 직접 즙을 짜는 일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데 맛이 이상하다. 안 좋은 제품으로 대충 짠 것 아니냐이런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힘들어요.

한번은 유통기한이 5개월 정도 남은 제품을 보낸 적이 있는데 왜 오래된 것을 보냈냐고 항의전화가 왔어요. 사실 즙은 숙성될수록 더 좋은데 잘못된 인식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제품이 잘못된 것도 아닌데 입맛에 안 맞으면 안 좋은 것으로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얘기들을 하실 때가 있어요. 정말 좋은 상품으로 열심히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드려도 잘 안 와닿으셨는지 끊어버리시더라고요.

할인행사를 한다고 해서 떨이냐는 이야기도 가끔 하시는데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해서 안 좋은 상품을 쓴 적은 없습니다. 이렇게라도 다시 설명 드려보고 싶네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있는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있는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

Q. 부모님과 일하는 삶을 결정한 것에 회의감이 드신 적은 없으셨나요? 또 청년텃밭의 주 고객층은 무안 사람들이 아닌데, 무안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 안 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길을 결정한 게 맞았나 하는 생각은 솔직히 지금도 해요.

근데 저뿐만 아니라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다 결국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평생직장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공무원인 친구도 60살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그런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한 가지 일에 정착하겠다는 확신은 어느 누구도 못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러운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습니다.

무안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잠깐은 해봤어도 길게는 못해봤어요. 서울 집값을 들으면 마음을 접게 되더라고요(웃음).

같은 돈이 있어도 여기서 더 여유롭게 살죠. 제가 차를 사고 자리를 일궈나가는 동안 도시 친구들은 월급이 많아도 여유가 없어 보일 때가 많아요.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여유롭고 조용해서 살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 무안은.

사실 목포나 신도시로 이사를 가볼까 생각은 해봤는데 무안이 익숙해져서 자꾸 집도 무안으로만 찾게 되더라고요. 성향 탓인지 지금은 이대로 조용해서 참 좋습니다.

그래서 무안은 제가 계속 살아갈 곳입니다. 다만 요즘에는 너무 인구가 줄어서 옛날처럼 학교나 동네가 좀 더 북적거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 사진.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 사진.

Q. 청년텃밭 대표로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창업은 노력을 들인 만큼 결과가 꼭 따르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내 돈 안 들이게 시작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너무 많은 초기비용을 들이거나 대출받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지원사업과 교육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창업사관학교도 지원사업 통해 알게됐고 멘토도 그렇게 만났고 요즘에는 내 돈으로 시작 안 해도 된다를 많이 느꼈습니다.

창업 교육도 많이 들어보시고 실제 창업한 분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으면 합니다. 몇 년 동안 좀 지켜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쇼핑몰을 하고 싶으면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다른 업체에 있는 물건을 몇 번 팔아보고 나서 진짜 본업으로 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 시작해도 저는 늦지 않다고 봅니다.

재고를 쌓아놓기보다는 주문이 들어오면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있고 최대한 자기 돈이 안 들게, 목돈을 많이 만들어놓고 시작이 핵심입니다.

카카오쇼핑에 올라온 청년텃밭 양배추즙 상세페이지.
카카오쇼핑에 올라온 청년텃밭 양배추즙 상세페이지.

Q. ‘청년텃밭박지혜 대표님의 무안살이 이야기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입니다. 앞으로도 쭉 무안에 지내시겠다고 하셨는데 무안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사업 자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없어요. 지금 이대로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양배추즙처럼 상품 몇 개 더 만들야겠다는 계획 정도예요.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 농사짓는 밭에 체험학습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즙을 계속 만드는 것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나중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어떤 작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이에요. 무안의 메리트를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사업 외 고민되는 지점은 결혼입니다 하하.

욕심이 많이 없어서 사업은 크게 확장할 고민은 없는데 오래 만난 연인이 있다보니까 결혼을 해야하나 싶어요.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부모님 포함한 지역 어른들 입장은 조금 다른가봐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웃음).

일단은 제 이름 앞에 청년텃밭이라는 제 브랜드가 수식어로 굳건히 붙어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텃밭 양배추즙 사진
청년텃밭 양배추즙 사진

'무안청년들의 고군분투기' 인터뷰에 응해주신 청년텃밭 박지혜 대표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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