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복무하며 고구마순 장아찌 연구하는 어머니 생활비 보태"
고구마 체험키트 개발해 무안의 6차 산업 든든히 지탱하다!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친구 보며 씁쓸하지만 '맨땅에 헤딩'이 '평생직장' 되도록 노력하고파"

우리는 이제 지방소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역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현실이 되었다. 이런 위기의 무안군을 든든히 지탱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무안지역에 남기로 한, 혹은 무안지역에 돌아온 청년들이다. 이들이 현재 무안에 청년으로서 살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무안 청년들의 고군분투기를 새롭게 연재한다.

무안군 운남면에 위치한 들새암 울타리&들새암 농원.

무안군 운남면에 위치한 들새암 울타리&들새암 농원에는 고구마 체험키트를 만들어낸 청년이 있다.

고구마 초코볼 키트, 고구마 막걸리 키트, 고구마 고추장 키트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색적인 체험이 가능한 들새암의 고구마 키트의 인기는 비대면 체험학습 수요가 높던 코로나 시대에 주목을 받아 여태까지 이어오고 있다.

키트를 만든 주인공은 무안살이 6년차에 접어든 들새암 농원의 최건희씨다. ROTC 출신 기계공학도였던 그가 무안에서 6차 산업을 지탱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들새암 농원의 최건희 청년.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무안과의 인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운남에서 어머님과 함께 들새암 울타리와 들새암 농원을 운영 중인 최건희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직장을 무안으로 옮기시면서 저는 운남초등학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이후에 망운중학교를 졸업했고, 현경고를 지망하다가 목포시 인재유치로 고등학교는 목포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사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무안은 제게 귀농한 부모님이 지내시는 곳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어느덧 6년차 무안에 살고 있네요.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와 고구마 고추장 키트 사진,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와 고구마 고추장 키트 사진,

Q. 기계공학을 전공하시고, ROTC 소대장 전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하시는 일은 전공이나 경험과는 무관해 보이는데 왜 무안에 다시 오셨나요?

, 저는 원래 기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ROTC 소대장 전역을 했다는 메리트가 있어서 제 전공과 경험을 살려 서울, 평택 등에 올라가려 했어요. 무기를 다루는 일, 방위산업체에 일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땐 무안에 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죠. ROTC 복무하면서 당시에 어머니가 귀농정착하신다길래 생활비를 보태드렸어요.

그러다 말년 휴가 때였어요. 가족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머니가 고구마순 장아찌로 특허를 받아오신 거예요. 사실 휴가 때 집에 올 때마다 어머니 교육 수료증이 몇 십 장씩 걸려있고 하니까, 이전에 농사에 일절 관련 없던 저희 가족이 이제는 어머니의 계속된 열정에 생각이 좀 바뀌기 시작했죠.

마침 2018년 초에 전역하고 어머니 옆에서 일 좀 도와드리면서 전공 공부도 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무안에 왔어요.

들새암 농원의 최건희 모자가 연구, 개발한 고구마 고추장 키트.
들새암 농원의 최건희 모자가 연구, 개발한 고구마 고추장 키트.

Q. 2018년 초에 취업준비 겸 어머님 일 도와드릴 겸 무안에 잠깐 지내실 계획이셨던 것 같습니다. 무안에서 청년 창업농으로 정착을 결심한 계기가 특별히 있나요?

그때 마침 문재인 정부 때 청년창업농 1기를 뽑았어요. 3년동안 파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제도인데 생활비 지원금과 저금리 대출 같은 지원혜택이 1기라서 정말 컸어요.

그때 나도 여기서 어머니 옆에서 무엇이든 해서 제품도 판매하고 홍보마케팅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농사도 배우러 다니고 이곳저곳에 교육 받으러 다니면서 고구마도 시작했습니다.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 사용법을 설명중인 최건희 청년.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 사용법을 설명중인 최건희 청년.

Q. 현재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서 소개를 더 해주세요. 고구마 키트는 어쩌다가 개발하신 건가요?

아까 말씀드렸듯, 처음 시작은 어머니의 특허 고구마순 장아찌였습니다. 시작이 장아찌였기 때문에 장아찌류를 처음에 계속 자가수급하며 하려고 했죠. 엄마랑 제가 농사꾼 체질이 아니다 보니까 크게는 못하고 1000평 정도 임대해서 자가수급하며 고구마 농사를 했어요.

솔직하게, 장아찌라는 품목 자체가 다들 맛있다고는 하는데 보편적인 음식이 아니다보니 먹어보지 않는 이상은 알 수가 없고 제가 능력이 안 된 것인지 마케팅에 실패를 해서 사업성과가 저조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창 힘드네생각한 시점에 체험키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주 큰 도움이 됐어요. 코로나 터진 이후로 비대면 체험 키트를 만들어서 학교나 유치원, 요양원 등에 납품을 하면 어떻겠냐 하고 전남 6차산업센터에서 이야기가 나왔죠. ‘6차 산업은 농촌융복합산업이라고도 하는데 1차 고구마 생산, 2차 고구마순 장아찌 가공, 3차 농장체험교육까지 1+2+3해서 제가 하는 일이 6차 산업이 된 거죠.

그때 저희가 연구, 개발을 해서 처음에 만든 키트가 고구마 초코볼키트였어요. 이게 바로 선정이 돼서 납품하면서 한번에 1000, 2000개 이렇게 판매되니까 이전까지 주문받던 것들과는 수준이 다른 거예요. 그때부터 장아찌 판매보다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겠구나 하면서 체험 쪽에 크게 눈을 뜨게 됐죠.

들새암 고구마 고추장 키트 체험 중인 어린이들.
들새암 고구마 고추장 키트 체험 중인 어린이들.

Q. 고구마 키트가 황토고구마 무안의 대표 체험 아이템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대면 체험키트처럼 그럼 농원에 방문해서 실제 오프라인 체험도 가능한가요? 체험 종류도 궁금해요.

이 앞에 큰 하우스 있잖아요. 거기가 체험장이거든요. 안에 공유주방같이 조성돼있는데 거기서 체험자들이 교육도 듣고 망운중학교와는 MOU체결해서 학기마다 저희랑 같이 체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내 학교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제가 더 적극적으로 해야죠.

저희가 키트 작업을 2021~22년 때 처음했는데 처음 했던 초코볼 키트 뿐만 아니라 이제는 샐러드 키트, 고추장 키트, 케이크 키트 해서 4가지 정도 개발을 했거든요.

최근에 막걸리 키트도 충북도기술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서 개발한 게 있어요. 앞으로 체험키트와 오프라인 체험 쪽에 힘을 싣고 싶습니다. 제가 더 노력을 엄청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죠.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 구성.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 구성.

Q. 무안에서 6차 산업을 지탱하시는 모습이 대단하십니다. 어느덧 6년차 무안살이 중이신데 이 지역에서 지내시면서 혹은 청년창업농으로서 힘드실 때는 언제인가요?

사실 처음에는 친구랑 같이 청년 농부로서 귀농해서 지내보자하고 내려왔어요. 그런데 친구가 넘어지고 서울로 간 거예요. 친구가 있어서 저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제 무안에는 지인도, 친구도 없고, 사회생활도 못하고 직장생활이라고 할 경험은 군대 생활밖에 없고 초반에 비해 3년차쯤 되니 힘에 부쳤어요.

여기서 지내면서는 제 이름이 알려지는 게 아니라 어머니 아들로서만 알아보시고 어머니의 그늘이랄까요. 시골 청년들의 특징인 것 같은데, 어머니 울타리 아래에서 지내는 부분이 크게 다가왔어서 온전히 저라는 존재로 사회적 유대감도 못 쌓고 사회적 활동을 못하며 지내는 것이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한창 바쁠 때는 엄청 바쁜데 안 바쁠 땐 엄청 안 바쁘거든요. 이럴 때 수익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까 직장생활 잘 하면서 고정 수입 받으며 양복 입고 다니는 친구들 보면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나보다 공부 못했는데 친구들은 엄청 잘 나가고 난 이게 뭐지싶을 때가 있어요(웃음).

불안정성 때문에 불안감이 컸던 것 같아요.

들새암 고구마 케이크 키트를 이용해 학생들이 케이크를 만든 사진.
들새암 고구마 케이크 키트를 이용해 학생들이 케이크를 만든 사진.

Q. 반대로 무안에서 이렇게 정착해 지내시면서 보람찰 때무안이라서 좋다고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키트 열심히 작업할 때는 참 보람을 느껴요. 일은 힘든데 어머니랑 날 새면서 새벽 6시까지 잠 못 자고 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 느꼈던 게 힘들지만, 재밌다였어요. 그리고 그에 따라 돈 찍히는 게 보이기도 하니까 금융치료라고 하죠 하하.

청년들이 무안에서 뭔가를 이루고 가치를 찾고 버티기는 솔직히 힘들어요. 현실적인 부분이 만족이 돼야 보람도 같이 오는 거죠.

그리고 무안 자체는 전 엄청 좋은 동네라고 생각하거든요. 찾아보면 놀러갈 곳도 많고, 맛집도 많고 해안도로 달리기만 해도 드라이브도 되죠. 친구들도 저희 집 오면 다들 펜션 온다는 느낌으로 오거든요. 이런 유유자적을 느끼는 데에 정말 좋은 곳이에요.

꿈을 찾아서, 확실한 아이템이 있거나 내가 여기서 뭔가를 할 수 있겠다라고 느끼면 무안은 정말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입니다. 정부에서 하는 사업 지원 등 청년들이 가질 수 있는 기회나 자리가 찾아보면 꽤 있어요. 또 그동안 과한 경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무안은 여유의 공간입니다.

들새암 공유주방 체험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들새암 공유주방 체험장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Q. 무안 농촌 지역에서 살게 될 후배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만약에 무안에 오는 것을 고려중인 청년이 있다면, ‘무조건 와라이런 말은 좀 무책임해요. 올 때는 조건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농사가 짓고 싶다면 뚜렷한 아이템이라든가 있지 않다면 솔직히 힘들기 때문에 함부로 농사를 시작하지는 말라고 얘기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가족이 어느 정도 농사에 대한 길을 닦아놓고 농사 기계라든가, 기법이라든가, 유통이 뚫려있어야 청년이 와서 이어받고 좀 더 업그레이드해서 상품 포장, 마케팅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 금방 크면서 성공할 수가 있거든요. 어머니나 저는 맨땅에 헤딩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청년이 큰 사업가가 될 수 있는 곳이에요 무안은. 근데 어디든 똑같겠지만 농촌이라는 지역 특색을 본인이 확실히 판단을 해서 아이템을 갖고 오기를 추천하고 오기 전에 귀농, 귀촌 등 몇 천 만원씩 주는 지원사업도 있거든요. 청년들에겐 큰 돈이니까 이런 조건도 세세히 따져보고 잘 알고 오시길 추천해요.

들새암 고구마 초코볼 키트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어린이들.
들새암 고구마 초코볼 키트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어린이들.

근데 귀농 정착자금이라고 해서 대출도 저금리에 해주는 지원이 있는데 대출은 최대한 받지 않고 시작하시는 게 낫다고 봐요. 저도 그 지원은 미루고 미뤘어요. 주위 얘기 들어보면, 대출은 마지막에 고려하세요.

조금 아쉬운 점은, 무안이 다른 지역보다 청년 쪽 사업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전반적인 무안군 청년 지원 사업이 부족해서 아쉽죠.

그리고 고정적인 수입 없이, 사회생활도 없이 살아가게 되면 외롭고 힘들거든요.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병행하는 것도 힘듦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신활력플러스사업단에 일정기간 근무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일정 월급을 받고 지내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됐거든요.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의 각인 컵을 들고 있는 최건희 청년.
들새암 고구마 막걸리 키트의 각인 컵을 들고 있는 최건희 청년.

Q. ‘청년창업농 무안살이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최건희씨에게 무안이란?

무안은 저에게 평생직장입니다.

요새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평생직장이라는 직업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저는 지금 잘 일궈놓으면 남부럽지 않게 죽을 때까지 여기서는 평생 우리 자식까지도 할 수 있지 않을까생각이 들곤 해요.

친구들 이제 다 퇴직 끝났을 때도 저는 한창일 테니까요. 불안감을 어느 정도 느끼긴 하지만 4년쯤 일을 하니까 갖출 건 다 갖췄다는 생각이 들어요.

쭉 열심히 해야죠 평생직장이 되도록.

들새암 농원에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 사진.
들새암 농원에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 사진.

'무안청년들의 고군분투기' 인터뷰에 응해주신 최건희씨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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