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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환경운동가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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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장

주민들이 환경운동가로 나서야 한다

 

 

 

  북극의 알래스카에서 남태평양의 섬, 유라시아 대륙과 안데스 산맥까지. 기후변화의 여파가 부자와 가난한 나라, 저지대와 고지대를 가리지 않고 지구 전역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 20세기에 시작된 우려는 몇몇 선진국의 오만함에 눌려버렸다. 2000년 11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6차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는 건물에 한 무리의 시위대가 들어와 회의장을 점거했다. 그 자리에서 낭독한 국제풀뿌리연대 ‘라이징 타이드(Rising Tide. 밀물이라는 뜻이다)’의 성명서는 “헤이그의 기후정상회담에서 합의하려는 내용은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안을 회피하고 더 많은 방출을 허락하려는 것이다. 이들의 단합된 로비가 선동하고 있는 사기성 해법이 교토의정서 규정에 수용되면 엄청난 재난으로 확산할 것”이라 경고한다. 그들이 경고하는 ‘로비’가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짓인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는 지구 생태계가 직면한 현실과 얼마 남지 않은 미래를 보여준다. 세계는 지금 ‘재앙의 백화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 빙하가 녹지 않도록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 태풍과 홍수와 가뭄이 더 심해질 거라는 사실, 질병이 사막을 넘어 극지방까지 퍼지고 있다는 사실, 어느 지역에는 물이 끊기고 식물과 동물이 살아남기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피한다. 이상기후도 내가 겪지 않으면 딴 나라 이야기다. 해수면 상승으로 터전을 잃어가는 남태평양의 주민들은 억울할 것이다. 우리는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하지 않았는데 왜 피해를 당해야 하냐, 오염자부담원칙을 세워라!      


  남의 나라를 이야기할 바 없다. 우리 농어촌 사람들도 억울하다. 그놈의 공장과 태양광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기업들은 휴전선에서 제주도까지, 땅과 바다를 종횡무진하며 ‘산업혁명’의 거룩한 뜻을 전파하고 있다. 선견지명이 있는 대기업들은 동남아시아와 동유럽으로 무대를 넓히는 중이다. 자본이 자본을 낳는다. 기업들이 황금알을 낳기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 가뜩이나 인구 많고 땅 좁은 이 나라가 기업천국으로 변해버렸다. 농공단지에서 산업단지, 물류센터로 영토를 잡아먹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에너지의 영토다. 기업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해줘라! 그래서 원자력이 나섰고, 원자력의 폐해를 거울삼아 태양광에 풍력까지 나섰다. 신재생에너지. 좋다, 그런데 그걸 어디에 어떻게? 이게 문제다.


  4월 1일 무안군청 앞에 모인 농어민들이 “더 이상 안된다”고 외쳤다. 주최측은 ‘농지파괴형 태양광 풍력발전소 건설반대 무안군대책위’다. 누구는 1980년대 농민운동할 때가 생각나더라고 한다. 정당하고 의로운 시위였다는 얘기다. 문제를 촉발한 건 역시 기업의 돈벌이다. 간척지를 대규모 편입해서 태양광을 짓겠다. 땅주인들에게 돈으로 보상해 주마. 대상지역인 운남운남에 현수막이 걸렸다. 운남이 무너진다, 개발행위 취소하라, 즉각 중단하라! 다른 지역인 청계와 일로에서도 마찬가지 울분이 끓어 올랐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이 땅은 식량을 생산하는 곳이다. 결론은 간단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쌀 대신 전기를 씹어먹어야 하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퍼센트로 맞추겠다는 정부의 프로젝트가 낳은 광경이 이렇다. 물론 탄소중립의 방향성은 옳다. 그런데 방법이 틀렸다. 무분별하다. 본지에 지상중계한 최병성목사의 강연요지가 이를 뒷받침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안군수는 주민이 반대하는 태양광 풍력발전사업 인허가를 거부해야 한다. 모든 주민은 이제부터 환경운동가로 나서야 한다. 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자손들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공무원은 다른가? 무안군청 앞에서 주민들이 외칠 때 공무원들은 팔짱끼고 구경만 했을 것이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생각했던 공무원도 혹시 있을까? 그들은 농어민이 내주는 세금으로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농수축협의 직원들도 농어민 덕에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함께 나서라.


 

  필요악이라는 말이 있다. 없는 게 바람직하지만 사회생활상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축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가 내뿜는 일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자동차와 농기계, 선박도 마찬가지다. 비닐을 비롯한 농자재와 어구도 결국 쓰레기로 모아진다. 세상살이가 이렇다. 대안은 있으나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따위의 태도는 소용없다. 자손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걱정하는 게 먼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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